GPS

Global Positioning System(범지구 위치 결정 시스템). 미국공군 제50우주비행단(50th Space Wing)에서 관리하고 있는 민간용 및 군용 위성항법체계로, 1997년에 처음으로 지구 전역에서 사용 가능하게 된 이래 2011년 10월러시아글로나스(GLONASS)가 똑같은 목표를 (겨우) 달성하기 전까지는 지구의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유일한 위성 항법 체계였다.

GPS의 기본 아이디어는 특수상대성이론에 있다. GPS에 속하는 각 위성들은 지속적으로 잘 정의된 좌표 체계(이 경우, WGS-84)에 따른 자기 위치와 자기가 보는 상대 시각을 전파로 송신하는데, 지구 상에 있는 GPS 수신기가 보기에는 각 위성과 떨어진 거리에 따라 똑같은 시각에 받은 신호라도 다른 상대 시각이 기록되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위성이 충분히 많다면 각 위성의 위치 차이와 상대 시각 차이(= 거리의 차이)를 가지고 연립방정식을 풀어서 수신기의 현재 위치와 현재 상대 시각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를 삼변측량(trilateration)이라 하며, 수학적으로는 적어도 세 개의 위성이 필요하지만 실용적으로는 그 오차가 극심하기 때문에 하나의 위성이 더 필요하게 된다.

역사

GPS의 개발에는 두 가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등장한다. 그 첫번째는 스푸트니크1호의 발사(1957년)였고, 다른 하나는 대한항공007편이 격추된 사건(1983년)이었다. 전자는 GPS의 이론적 토대가 실용적으로도 쓰일 수 있음을 입증했고, 후자는 GPS가 민간용으로 공개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GPS 이전에도 위성을 사용하지 않는 일반적인 전파항법체계는 여러 개 존재했다. 매우 초창기에는 저주파 무선표지(LFR)라 하여, 주변 지상국 간의 신호 간섭을 통해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는 체계가 있었고, 1950년대를 전후하여 초단파(VHF)가 직진성이 높다는 점을 활용해 방향을 알려 주는 체계인 초단파 전방향 무선표지(VOR)가 존재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특수상대성이론을 사용해 서로 다른 지상국에서 출발한 신호 사이의 시간차를 사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체계 또한 1960~1970년대에 상용화되었다(OMEGA, LORAN, Alpha 등). 즉 무선국의 갯수와는 상관 없이 기술적인 제약만으로 그 정밀도가 결정되는 항법 체계는 GPS 이전에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던 것이다.

인공위성을 써서 전파 항법 체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스푸트니크1호 발사 직후 존스 홉킨스 대학의 응용물리연구소(APL)에서 처음 알려졌다. 스푸트니크 1호는 20.005 MHz 및 40.002 MHz로 일정한 신호를 송신하고 있었는데, 도플러효과에 따라 실제로 수신되는 주파수는 송신할 적의 주파수와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이 차이를 지속적으로 관측하여 (알려진) 궤도 안에서 위성이 정확히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APL은 자체 슈퍼컴퓨터(UNIVAC II)가 있어서 이걸 계산할 수 있었던 반면 소련은 자기가 위성을 발사해 놓고도 비견할 만한 슈퍼컴퓨터가 없어서 위치를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현재 위치를 알 때 위성 위치를 계산할 수 있으면, 당연히 위성 위치를 알 때 현재 위치를 계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APL은 몇 년 뒤인 1960년에 미국해군의 지원을 받아 트랜짓(Transit)이라 불리는, 최초의 위성 항법 체계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GPS는 트랜짓을 비롯한 일련의 위성 항법 체계들과, 기존에 사용되고 있던 LORAN 등의 지상 전파 항법 체계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 만들어졌다1). 이 이면에는 냉전으로 인해 항법 체계의 군용 사용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으나, 하필이면 개발 도중인 1983년에 대한항공007편이 소련 영공에 (잘못) 들어 갔다가 격추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당시 대통령 Ronald Reagan이 직접 "현재 개발 중인 GPS가 개발 완료되면 민간용으로도 개방하겠다"라고 선언하게 되었다. 지금이야 GPS는 민간용으로 아주 요긴하게 쓰이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무슨 일이 터지고 나서야 고려를 할 정도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던 것이다.

GPS를 지구 전역에서 사용하려면 위성이 적어도 24개가 필요하지만, 매우 초창기(1978~1985)에는 이 체계가 쓸만한지 테스트하기 위해서 위성을 10개만 올려 놓았다. 이를 블록 I 위성이라 하며 현재는 당연히 모두 사라졌다. 그 뒤 실제 사용을 위해 1989년 이래 50개 이상의 위성이 발사되었으며 이를 블록 II 위성2)이라 하고, 1994년에 24개의 위성이 모두 올라가면서 전지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GPS의 정밀도와 용도를 크게 개선한 블록 III 위성은 현재 개발 중이다.

GPS는 일단은 군용 및 민간용으로 모두 쓰일 수 있으며, "기술적으로는" 군용 신호가 혼선 및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 암호화되어 있지만 민간용 신호만 써도 10m 정밀도를 얻는 게 어렵지는 않아야 했다. 그러나 개발 당시, 민간용 신호조차도 기존의 전파 항법 체계에 비해 훨씬 우수하기 때문에 적군이 사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부러 랜덤하게 오류를 추가하는, 이른바 선택적 사용성(SA, Selective Availability)이라 하는 병크것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심지어 군조차도 물량이 달리는 군용 GPS 수신기보다 민간용 GPS 수신기를 선호했기 때문에 SA가 제공하는 오류를 크게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따라서 2000년Bill Clinton이 SA를 더 이상 활성화시키지 않는다는 공식 성명을 내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되어 버렸다. 또한 앞으로 개발될 블록 III 위성에는 SA 기능이 아예 내장되어 있지도 않게 된다.

구조

GPS는 크게 우주 부분(space segment), 제어 부분(control segment) 및 사용자 부분(user segment)으로 나눌 수 있다. 우주 부분은 최소 24대, 최대 32대까지의 인공위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어 부분은 미국 내의 다섯 곳의 제어국으로 나뉘어 있고, 사용자 부분은 미국 공군에서 제공한 정보에 따라 민간에서 만들어진 수신기로 구성된다.

앞에서 언급했듯, 각 GPS 위성은 기본적으로는 위성에 탑재된 원자시계의 시각 및 현재 위치를 꾸준히 전파로 송신한다. 실질적으로는, 위성의 위치는 시각 및 정밀한 위성 궤도 정보(천체력; emphesis)로 결정되며, 모든 위성을 아우르는 덜 정밀한 궤도 정보 및 전리층 모델 등이 별도의 정보로 송신(이력; almanac)된다.3) 또한 여기에는 GPS가 사용하는 내부 시간 체계(GPS시간)와 UTC 사이의 차이라거나, 시계 및 위치의 알려진 오차 등을 나타내는 각종 데이터가 함께 들어 있다. 이런 기본 정보는 항법 메시지(navigation message)라 하는 구조에 묶여 초당 50비트의 속도로 송신된다. 항법 메시지의 기본 구조는 30초 단위(1500비트)로, 선술했던 이력의 경우 그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에 여러 메시지에 나뉘어서 서서히 전달된다.

항법 메시지는 정해진 의사난수 스트림과 합성된다(XOR). 암호화에 사용되는 스트림은 그 속도가 훨씬 빠르며(> 1 MHz) 각 위성마다 다른데, 이는 사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에서 사용되는 그 방법이다. GPS는 다음 두 종류의 스트림을 사용하며, 따라서 각 위성마다 고유의 스트림이 두 개씩 존재한다.

  • C/A 코드(Coarse/Acquisition code)는 민간용으로 사용되며, 그 속도는 1.023 Mbps이다.
  • P 코드(Precision code)는 군용으로 사용되며, 그 속도는 10.23 Mbps이다. 실제로는 정해져 있는 P 코드와는 별개로, W 코드라 불리는 공개되지 않은 키를 통해 다시 암호화된 P(Y) 코드가 사용되며, 이 코드는 당연하지만 키가 없으면 해독할 수 없다. (게다가 새로운 키가 1주마다 한 번씩 배포된다.)

CDMA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이 의사난수 스트림은 실제 코드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여러 개의 위성이 보내는 신호 중에서 한 위성의 신호만 감지해서4) 해당 위성의 스트림으로 XOR하여 원래 항법 메시지를 얻어 낼 수 있다. 현대의 GPS 수신기는 이런 과정을 십수개의 위성에 대해서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

이렇게 합성된 신호는 실제 반송파위상변조(phase modulation)되어 다음 두 주파수로 송신된다. 앞에서 언급했듯, 기본적으로 모든 위성은 이들 주파수로 일제히 신호를 송신하지만 도달하는 실제 주파수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신기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 L1 (10.23 MHz × 154 = 1575.42 MHz) 주파수는 C/A 코드와 합성된 항법 메시지를 담는다.
  • L2 (10.23 MHz × 120 = 1227.60 MHz) 주파수는 P(Y) 코드와 합성된 항법 메시지를 담는다.

GPS에는 이 밖에도 L3~L5라 불리는 세 개의 주파수가 더 예약되어 있으며, 이들은 연구용으로 쓰이거나 블록 III 위성에서 새로운 민간용 주파수로 사용될 예정이다. 또한 L2에도 L2C라 불리는, 완전히 별도의 의사난수 스트림을 사용하는 새로운 민간용 메시지가 추가될 예정이다.

바깥 링크

1) 이들 체계들은 그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정확한 시각만 제공하는 것도 있고, 위치는 알 수 있는데 속도나 방향은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으며 그 반대도 있었다. GPS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서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2) 실제로는 시간차 때문에 II, IIA, IIR, IIF 등으로 나뉜다. 2012년 현재 마지막 블록에 속하는 IIF 위성들이 발사 중이다.
3) 천체력은 현재 위성에 대한 정보만 주는 대신에 짧고(전체 수신에 최대 30초) 매우 정밀하며, 따라서 현재 시각으로부터 아무리 길어도 4시간 안에만 유효하다. 이력은 모든 위성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주기 때문에 덜 자주 갱신해도 되는 반면, 한 번 수신하는데 12.5분이라는 꽤 긴 시간이 소요된다.
4) 한 주파수를 공유하는 의사난수 스트림들은 서로 매우 연관성이 없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GPS는 골드부호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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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정 2012-01-24 17:23 | 작성자 lifthrasiir